아내와 여자, 그리고/ 채련
당신의 휴대폰에 아내의 전화번호 호칭을 무엇이라 입력해 놓았습니까?
부인, 집사람, 아무개 엄마, 마누라 아니면 이름이나 닉네임 또는 애칭을 넣을 수도 있겠지요.
혹시 '여편네' 라 입력하신 분 가슴에 손을 얹으십시오.
'여편네' 는 결혼한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여편네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남존여비 사상에서 비롯된 속담으로
여자 팔자는 남자(남편)에게 달려 있다는 견지에서 남자가 명예와 부를 거머쥐면
여자의 신분도 상승되고 남자가 하위층이거나 가난뱅이면 여자도 그런류로 치부되는 뼈있는 말로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이라는 전 근대적인 풍조와 함께 뿌리 뽑아야 할 악습입니다.
자신의 아내를 '여편네' 로 몰아 부치면 당신 자신도 여편네의 남편으로 동격 인물로 낮아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왜 '남편네'라는 속어는 없을까요?
기실 자신의 아내를 일컬을 때
"이 여편네가....?" 식으로 말하는 남자를 볼 때 그 남자는 인격을 갖춘 지성인으로 보이지 않으며
믿음직스럽거나 늠름하게 보이지도 않습니다.
연정을 품은 여자(애인)에게는 절대로 '여편네' 라 칭하지 않으며
결혼을 했더라도 부부간의 예의범절을 인지한 사람이라면 그런 저속어는 입에 담지 않습니다.
조금 기분이 언짢거나 화가 났다고 해서 자신의 아내를 비하하여 무심코 튀어나오는
'여편네!'
당신의 인격을 깎아 내리는 것으로 부부는 한 몸이며 동격임을 자각하여
가슴에 손을 얹어야 할 누워서 침 뱉는 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 남자의 휴대폰을 열어 봅니다.
내 호칭(이름) 무어라 적혀 있을까요?
* 채련 에세이집 [세 가지 빛깔의 女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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